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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에 관하여 묻다

일상

by 뼁끼통 2020. 8. 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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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병에 관하여 묻다.







내가 영등포구치소를 퇴직하고 나서 제일 쓰고 싶었던 것이 바로 소설이었다. 

오래 묵혀 두었다가 쓰게 되면 기억이 흐려질까봐 리얼한 감이 엷어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곧바로 로 소설의 집필에 들어가게 되었다.


구치소 안에는 마약사범이나 정신병이 있는 재소자도 들어오는데, 그들을 다루기가 조금 애매한 경우가 있다. 마약쟁이는 아직 풀리지 않은 마약으로 인해서 정신 상태가 극히 흐트러져 있었고, 정신병을 가진 이는 그 안에서도 정신병을 갖고 있는 상태이기에 일반 재소자와는 다른 행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대개 그런 이들은 감방 안에서도 사람 대접을 못 받는 편이다.

놀림의 대상이기도 하고, 걸핏하면 매질을 당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나는 그들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정신 세계가 비틀어져버린 사람의 행동이 어떻게 드러나는가를 관찰하면서 그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었던 듯하다.


뼁끼통 소설이 출간되고 나서 깜짝 놀랄만큼의 반응이 터져나왔다. 

대개 처음 쓴 처녀작의 경우, 만 부만 팔려도 베스트라는 말을 듣기 쉬운데, 나의 소설은 날개를 단 듯이 팔려나갔다. 하루에 2만 부라는 엄청난 주문이 밀려 들어온 것이다. 그 뒤로 나는 계속 3권 내지는 5권 짜리의 장편소설을 쓰는 데에 맛을 들려버려서 오래도록 긴 장편소설만 줄곧 쓰면서 내 정신을 가혹하게 다루고 있었다.


밤새도록 글을 쓰고 다음날 정오쯤에서야 잠자리에 드는 경우가 이어졌다.

글을 쓰는 시간 동안이 내겐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밤을 깨우면서 한 줄 한 줄 글을 써나가다가 보면 언제 희부염히 날이 밝아오는지도 모르고 쓰게 된다. 그리고 집필을 마치고서 잠자리에 들 때의 기분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불면증이 찾아왔다.

나는 불면증이 오랜 습관으로 인해서 다음날 정오가 되어야 잠이 드는 걸로만 알았다가, 잠드는 시간이 점점 오후로 미루어지는 것을 보면서 약간 불안해졌다. 그리고 수면제 처방을 받으면서 정신병에 대해서 알아가기 시작했다. 불면증이 사라질 즈음에 갑자기 정신병원에 대해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는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결국 정신병원의 직원 모집 공고를 보고서 정신병원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그들과 같이 하루를 보내면서 직접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게 된 것이다. 나는 불면증에서 탈출한 것이 해운아인 것처럼 여겨졌지만, 그 안에 갇혀서 생활하고 있는 그들을 보면서 애증을 가지면서 앞으로 쓸 소설의 주제를 그 안에서 찾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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