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에 있는 환우들에게.
시로 등단을 하고서 시집을 두 권 펴내었지만, 내 안에서는 할말이 많았다.
시란 압축적인 언어로 짧은 문장 안에서 모든 것을 표현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대개 사람들은 시로 등단을 하고 나면 겉멋이 들어서 장편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게 된다. 그만큼 자신의 글의 역량을 과신하고서 덤벼드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과신으로 소설에 도전하기보다는 시에서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이어서 소설을 택했던 것이다. 그 당시 나는 영등포구치소에 근무하면서 틈틈이 시를 썼지만, 교도소 안의 이야기들을 시로 다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느껴 소설로 등단하고 싶었다. 그래서 퇴직을 하면 반드시 소설로 쓰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며 출근을 했었다.
그 안의 세계는 참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바깥 세상에서는 하얀 담 안의 세계일 뿐이라며 잘 알지 못했다. 면회를 가거나, 출소한 이들을 통해서 간간이 그 안의 세계에 대해서 들었을 뿐, 그 안의 세계가 마치 우리 사회를 그대로 복사한 것처럼 다양한 인생의 삶을 살아왔던 이들이 바깥 세상ㅇ서 살았던 그대로 그 안에서도 똑같은 일상의 반복적인 일들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인 교도소에 대해서 소설을 쓰고 싶었다.
내 추측으로는, 그런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아주 흥미로운 소설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퇴직하기 전까지 나는 더 많은 것을 보고, 겪으며 그들의 삶을 리얼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것이 나중에 소설을 쓸 동안에 큰 힘이 되어주었다.
소설을 쓰기 전에 예전에 읽었던 일본 소설 '불모지대'를 떠올리면 나도 저렇게 쓸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이곤 했는데, 글을 쓰는 동안 내내 불모지대라는 소설을 머리 속에서 그려내며 써났던 것 같다. 남이 쓴 글이 내게 희망이 되어주는 경우가 많다. 타인의 글을 읽으면서 내 것으로 만들기는 어렵지가 않다. 그저 눈으로 읽으면서 가슴에 저장을 해두려는 연습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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