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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에 글을 쓰네

일상

by 뼁끼통 2020. 8. 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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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오는 날에는 글을 쓰네.





여름날의 폭우는 무서웠다. 장마기여서 이번 폭우는 더욱 무서운 기세로 내렸다. 수도권과 지방에 내린 폭우의 잔상이 남은 뉴스를 보고 있으면 섬뜩해진다. 


사람들은 폭우를 보며 어떤 생각을 가질까 궁금하다. 

어떤 이들은 슬픔이 씻겨내려가듯이 가슴 속의 응어리들을 싹 쓸어나가버렸으면 하고 바라기도 할 것이고, 또 어떤 이들은 외출을 못하기 때문에 답답해 하기도 한다. 비가 주는 영감을 받아 집콕하면서 글을 쓰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글이란 내 마음의 그림자를 들여다보는 것과도 같다. 

그림자를 꺼내서 글의 형상화를 통해서 남에게 읽혀지게 된다. 내 마암을 가장 잘 표현해니는 것이 글이다. 말로는 상황과 때에 따라서 거짓말이 되어서 튀어나올 수도 있지만, 글이란 잠잠히 갇혀 있는 내면의 세계를 건드려서 물줄기가 흘러나오는 것이므로 굳이 거짓말을 써야 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그래서 글은 진실하다고 믿는 이들이 많다.


내가 처음 글을 접한 시기는 초등 3학년 때쯤인 것 같다. 

초등학생인 내가 중학교에 다니는 형의 집에 놀라 갔다가 우연히 본 '윤리'라는 책의 내용을 몇 장 읽다가 너무 마음에 와닿아서 몰래 그 책을 훔쳐온 것이다. 마침 그 형은 중학교를 졸업하고서 더 이상 그 책을 공부할 필요가 없기에 버려둔 책이었지만 내겐 가슴에 와닿는 글들이어서 가지고 온 책이었다. 


아, 사람은 이렇게 살아야 되는 거구나 하고 그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져야 할 품성이라고 해야 할까. 사람이 가져야 할 윤리라는 것이 무엇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참 좋은 말들이 거기 씌어져 있었다. 


그리고 나서 사람이 글에서 무엇인가를 많이 얻어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처음 읽기 시작한 것이 동화책이다. 시골에서는 동화책을 구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어느 집에서나 한두 권쯤의 낡은 동화책은 있었다. 책을 찢어 화장지 대신에 쓰거나, 아궁이에 불쏘시개로 쓰거나 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책이었다. 나는 책을 보면 어떠한 분야의 책이라도 소중히 생각하는 편이다. 


그 뒤로 중학교 때부터 시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시를 써보기도 하면서 노트에는 시가 한 편씩 차곡차곡 씌어져 갔다. 그때가 아마 중학교 2학년이었을 때이다. 그렇게 쓴 시를 노트에 담아 간직하고 있다가 국어선생님에게 보여드린 적이 있다. 내가 쓴 시가 제대로 쓴 시인지 알고 싶어서였다. 선생님은 마침 근처에 살고 계셨기에 밤에 놀러가서 슬쩍 그 노트를 내밀었다. 내가 쓴 시라고 부끄럽게 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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