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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의 고양이

일상

by 뼁끼통 2020. 8. 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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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병원의 고양이.








장마는 길게 이어졌다. 

일주일 간이나 계속 되는 폭우가 쏟아지는 모습을 보며 왠지 불안해진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물살에 떠내려가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짙게 썬팅이 되어 있는 창문.

그리고 안에서는 열 수 없도록 유리창문이 단단히 고정이 되어 있어 창문 쪽을 바라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진다.

천정에 매달린 하얀 형광등 불빛이 왠지 낯설기만 하다.



흡연실은 긴 복도를 따라 맨 끄트머리쯤에 있다. 옥상 위에 천막으로 만들어진 좁은 공간에는 커다란 선풍기가 굉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다.

서둘러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길게 한 모금 담배 연기를 내뿜으면서 바깥에 들이붓고 있는 빗줄기를 바라본다.

어느새 어미 고양이가 새끼들을 데리고 나타나 있다. 담배 연기 사이를 헤치며 다가오는 어미 고양이가 앞장을 서고, 그 뒤를 이어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들이 어미 고양이의 꼬리를 잡고서 따라오는 듯이 보인다.


"어서 와. 비가 많이 오는데 어디 숨어 있었니?"

환자복 주머니에서 식빵 하나를 꺼내 잘게 찢어 던져주면 빗물에 젖어버린 빵조각으로 바싹 다가온다.

"나는 먹을 것밖에 못 줘. 이거밖에 없어"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내뱉았다. 

"내 영혼이 망가졌어. 지금은 마구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란 말야"

불안한 기색이 얼굴에 역력하게 드러나 있었다.

"냐용아. 새끼들을 데리고 다니면 어떡하니? 물상에 떠내려가면 어떡하냐구. 비에 젖어 감기 걸리겠어"

어미 곁의 새끼 고양이들은 빗물에 흠뻑 젖어 있어서 바르르 떨며 빵조각을 입에 넣고 있었다.

"먹고 살기가 힘든 거야. 여기도 언제 무너질 지 몰라. 불안해 죽겠어"

다시 주머니에서 식빵 하나를 꺼내 잘게 찢어서 바깥으로 던져주었다.

점점 가까이 다가와 빵을 먹기 시작하는 고양이들은 털에서 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여기는 이제 곧 무너질 거야. 여기 문너지고 나면 나는 집으로 도망쳐 버릴 거야. 그러면 니들은 여기서 어떻게 살래?'

빵조각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어미 고양이가 슬몃 쳐다보았다. 그리곤 이내 빵조각에 시선을 돌렸다.

"니는 하필 이런 때에 새끼를 낳았니? 니가 부러워 죽겠어. 새끼들을 데리고 살면 행복하니?"

"............"

"난 아무것도 없어. 내 정신도 망가지고 없어. 담배밖에 낙이 없는 걸. 집에 가면 다신 이곳에 안 잡혀 올 거야"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우던 환우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한다. 이제 고양이들과 작별할 시간이라는 것을 안다.

"안녀! 비 많이 오니까 잘 숨어 있어.내가 나가면 니들을 데리고 가고 싶어. 언제 나갈 지 모르지만......"

비는 점점 더 세차게 퍼붓고 있었고, 바깥의 고양이들은 물 속에 다리가 잠긴 채로 환자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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